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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성택 처형이 국정원 개혁 물릴 사유 안 된다

등록 2013-12-16 19:04수정 2013-12-16 20:20

북한의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사태를 빌미로 국가정보원 개혁을 흐지부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성택 처형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하자 새누리당 인사들이 일제히 국정원의 기능 축소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의 유기준 최고위원은 16일 “북한 사태가 어느 때보다 급박한데 자칫 특위 논의로 대북 정보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대공수사권 폐지가 개혁의 요체라는 것은 잘못됐다. 철없는 주장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근 북한 상황을 핑계로 국정원 개혁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고 맞받았고, 김한길 대표는 “북한과 동북아의 엄중한 정세는 국정원이 한시바삐 거듭나야 함을 재촉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국회에 특위까지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북한 동향을 핑계로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다. 국정원개혁특위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1년여에 걸친 시민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이 부정선거의 주범이라는 점이 점차 확연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치개입 실상만으로도 국정원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다. 이런 마당에 국정원 개혁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칫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국내 정치 개입을 근절하자는 것이지 대북 정보 기능을 약화시키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대북 정보 수집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직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지금 국정원의 국내 파트는 사실상 국가 안보보다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정원 정치개입의 악순환을 이번에는 제대로 끊어내야 한다. 현행 국정원 국내 파트의 정보수집 기능은 경찰에 맡기거나 별도의 기관으로 독립시키고, 국정원은 해외와 대북 정보 수집에 매진하도록 조직을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공수사권은 검경으로 이관하고, 대북심리전을 통일부나 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로 이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북한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드는 것은 역대 집권세력의 잘못된 관행이다. 거듭 말하지만 장성택 사태가 정치개입 근절을 위한 국정원 조직 개편을 안 할 핑계가 될 수 없다. 북한 사태가 그렇듯 심각하고 위중하기 때문에 국정원은 더더욱 국내 정치에 휘말리지 말고,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북한 권부의 동향은 면밀히 살피면서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도 국정원 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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