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거친 입이 정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정국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와중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강성 발언으로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무슨 꼬투리라도 생기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식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이런 발언은 대통령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홍보수석의 입안에서 정치가 놀아나는 형국이다.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정국의 소용돌이가 대표적이다. 이 수석은 양 의원의 이른바 ‘박정희 전철’ 발언이 나오자 ‘테러’ ‘언어살인’ 등 날선 말로 비판했다. 이 수석이 “대통령의 위해를 선동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규정한 양 의원의 발언은 그 맥락을 살펴보면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
양 의원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총체적 난국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근혜 대통령뿐이며 오만과 독선, 불통을 던져버리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오기 바란다.”
양 의원 발언의 본질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곁으로 돌아오라’는 촉구인 셈이다. ‘박정희 전철’ 관련 부분도 육체적인 위해라기보다는 국정원으로 인한 국정 파탄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정치를 하루이틀 한 것도 아닌 이 수석이 양 의원 발언을 과도하게 해석해 호들갑을 떠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수석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정보유출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앞장서고 새누리당이 가세해 한때 국회에서 국정원개혁특위가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앞장서서 정쟁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설사 정치권에서 심한 말이 나오더라도 품위를 유지하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정국의 매듭을 풀어야 할 청와대가 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유리한 길이 무엇인지 길게 보며 숙고해야지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말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들어서는 정권도, 자신도 위태로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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