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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재확인한 장성택 실각

등록 2013-12-09 19:04수정 2013-12-17 10:14

북한이 9일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김정은 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 중심의 체제를 강화하려고 고모부인 장성택을 몰아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를 열흘 앞둔 시점이다.

북쪽이 발표한 장성택 실각은 내용과 형식 모두 이례적이다. 노동당은 8일 김정은이 주재하는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의 여러 잘못을 심판한 뒤 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출당·제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북한에서 고위 권력자의 숙청은 드물지 않았지만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은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당 중심 체제를 분명히 하고 대중적인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의에서 거론된 장성택의 죄목은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에서부터 ‘내각의 경제사업 방해’ ‘부정부패·타락 행위’까지 다양하다. 장성택의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못을 박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김정은 체제를 만드는 데 핵심 구실을 한 장성택이 이런 식으로 심판받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실각이 북쪽 정권의 안정성과 진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백두혈통’을 내세운 김정은의 정통성에 도전할 세력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나이 든 당·정·군 관료들의 상당수가 이미 40~50대 신진세력으로 교체된 상태다. 또 북한 정권은 올봄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공식화한 뒤 나름대로 경제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경제특구와 대중국 관계 등에서 장성택이 맡아온 역할이 있으나 올해 들어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우려되는 것은 장성택의 몰락이 군부의 권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일부에서 분석하듯이 장성택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강행 등을 추진한 군부에 맞서왔고 이와 관련된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면, 새로운 2인자로 꼽히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기가 쉽다. 이 경우 북한의 대외 정책은 당장은 현상유지를 꾀하더라도 강경 쪽으로 바뀔 수 있다. 대중국·대미 관계가 계속 잘 풀리지 않고 남북관계에서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더 그렇다.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이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은 아무런 대북한 지렛대가 없는 상태다. 혹시라도 막연하게 북한의 급변사태를 기다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210] '장성택 숙청', 북한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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