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3일 공개한 장성택 북한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설은 갑작스럽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겸 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꼽혀온 장성택은 한달 가까이 북쪽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으나 실각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성택의 실각설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파장이 불가피하다. 그는 김정은의 집권 이후 군 중심 체제를 당 중심으로 바꾸는 데 일정한 구실을 했다. 또 지난해 시작돼 올해 들어 활발하게 추진된 경제개선 조처(경제개혁)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왔다. 경제통으로 지난 4월 복귀한 박봉주 총리가 그의 측근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대중국 관계와 대미 협상, 남북 대화 등 대외 관계에도 관여해왔다. 당장 그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의 실각이 여러 정책 추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장성택의 실각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이 이미 공고해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장성택이라는 후견인이 없어도 될 만큼 체제가 안정기에 들어갔으며, 김정은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새 세대가 권력의 중심을 차지하는 구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통해 경제개선을 밀고 나가는 방식도 큰 틀에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불확실한 분야는 관료들 가운데 장성택의 측근이 적잖은 대외 관계다. 북쪽으로선 이미 나빠진 남북 관계나 개선 조짐이 안 보이는 대미 관계 등에서 새 동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장성택 실각설 공개와 관련된 국정원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정원은 3일 오후 갑자기 국회 여야 정보위 간사들에게 장성택 실각설을 알렸다. 이날은 국정원개혁특위 설치 등을 논의한 여야 4자회담이 열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정보 유출에 청와대 행정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와 여론의 관심이 쏠린 시점이었다. 국정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이 불거지는 분위기를 희석하려고 전면에 나섰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국정원이 내세운 유력한 근거인 ‘장성택 측근 2명 공개 처형’ 역시 최종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이 사실이 장성택 실각과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장성택의 실각 여부는 곧 밝혀질 것이다. 그가 실각해 북한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더라도 우리를 비롯한 관련국들은 충분히 대처할 역량이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오히려 불확실한 정보에 휘둘려 현안을 회피하거나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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