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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물타기 꼼수’로 국정원 사건 덮으려 하는가

등록 2013-11-01 18:52수정 2013-11-03 16:31

새누리당이 갑자기 지난 대선 기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불법 선거운동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태흠 원내대변인과 홍문종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입을 모아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에스엔에스를 이용해 문재인 후보를 돕기 위한 무차별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며 “검찰은 즉각 전공노의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지 않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의 의미도 더욱 분명해졌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문제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전공노와 전교조 등 진보적 공무원·교사 단체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명확한 의지 표명이었던 셈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작전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빚은 국기문란과 민주주의 훼손 행위다. 설사 전공노 소속 몇몇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트위터 활동 등을 했다고 해도 이런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공무원의 정치활동 문제를 두고는 학계 등에서도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정당 가입과 지지 활동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여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면서 전공노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는다면 또 모른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사사건건 검찰의 수사를 폄하·방해하고, 국정원 감싸기에 골몰해왔다. 전공노의 불법 선거운동 처벌을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지난해 10월20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전공노 총회에 박근혜 후보도 심재철 의원을 특사로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공무원 표를 얻기 위해 이른바 법외노조인 전공노에 축하사절까지 보내놓고 이제 와서 불법 선거운동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치졸하다.

검찰이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전공노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경우 그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국민의 시선을 국정원 사건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진보 성향의 공무원노조를 옥죄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면 돌파를 위해 생각해낸 것이 고작 이런 꼼수라니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런 얄팍한 술수 짜내기에만 골몰하니 시국이 더욱 난마처럼 얽혀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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