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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묵과할 수 없는 박승춘 보훈처장의 망동

등록 2013-10-29 18:58수정 2013-10-30 09:58

박승춘씨가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이래 국가보훈처는 ‘국민선동처’로 전락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는 선거캠프도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극히 편향적 내용의 ‘여당 후보 지지-야당 후보 비난’ 활동을 교육·홍보 활동이란 명목으로 대대적으로 벌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것만으로도 박 처장은 국가기관을 동원한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박 처장은 반성은커녕 오만방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서 뒤를 단단히 봐주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언동이다. 특히 그가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자세는 의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보훈처가 2011년 말부터 전국에 배포한 디브이디의 제작·협찬 주체를 밝히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정보공개법까지 끌어들여 대며 자료 제출 요구와 답변을 거부했다. 이 디브이디에는 반독재·반유신 투쟁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싸잡아 종북으로 매도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선거기간에 이런 내용의 영상물을 국가기관이 배포한 것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을 넘어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다. 그런데도 정보공개법을 내세워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적반하장의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디브이디의 제작·배포에는 댓글공작 등을 통해 대선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확인된 국가정보원도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국정원이 보훈처가 뿌린 디브이디에 담긴 영상 일부를 지난해 정부 부처에 직접 배포한 사실이 드러났고, 야당 의원들은 디브이디 제작이 국정원의 자금과 정보 제공으로 이뤄졌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처장도 제작비를 정수장학회에서 댔느냐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국정원이 협찬했느냐는 질문엔 “그건 밝힐 수 없다”고 말해, 국정원 개입의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은 박 처장의 자료제출·답변 거부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처장의 문제는 단지 국회 답변 거부냐 아니냐는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관을 이용한 조직적 선거 개입을 뿌리뽑아 국기문란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엄중하게 접근할 중대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불법 관권선거로 당선되었다는 오해를 피하려면 박 처장을 당장 해임하고, 사법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이런 일을 어물쩍어물쩍 넘기려다가는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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