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국가정보원과 손잡고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두 기관이 물적·인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두 기관 요원들의 대선개입 활동 내용과 방법, 시기가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겹친다. 이는 국방부의 자체조사만으로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또다른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즉, 행정과 사법이 통일되어 있는 군의 특수성 외에도,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을 동시에 조사할 수 있는 장치 없이는 의혹의 전모를 드러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사이버사령부가 왜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이런 돈이 어떤 용도에 쓰였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사이버사령부는 2012년 예산 120억원 중 45억원, 2013년 255억원 중 57억원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 각 부처 정보예산의 일부는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쓰는 게 관례라는 설명으로 넘어가기엔 큰 액수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합동참모본부의 심리전 부서인 민군심리전부 부장으로 근무할 때, 사이버사령부의 기획담당 1처장과 심리전단장이 이 전 차장 밑에서 동료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들 3명이 서로 연계하여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에서 대선개입 공작을 꾀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예산과 인적 연결 외에도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대선개입 글을 작성하고 전파한 방법이 너무 유사하다. <한겨레>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인터넷 활동을 분석해본 결과, 3명이 짝을 이룬 뒤 한 명이 블로그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다른 두 명이 이를 퍼나르는 방식으로 확산시키는 노릇을 했다. 이는 바로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썼던 방식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예단한 채 자체조사를 통해 다음주 초께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계가 뚜렷한 자체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기보다는 의혹을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더욱 찾아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국정조사를 적극 수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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