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반발을 피해 우회로를 찾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현재 코레일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부와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제2의 철도법인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민영화할 수 있다. 이 방안도 사실상 철도 민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우선 정부가 왜 그리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요금 인하, 서비스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20년 전 철도를 민영화한 영국 등 외국에서도 장기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새로 출범한 민영 철도회사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요금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회사로서는 장기적으로 낮은 요금체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우리의 경우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코레일의 요금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방만한 경영 때문만은 아니다. 철도의 공공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탓도 작지 않다. 물론 경영 개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긴 하지만 경쟁체제가 도입된다고 코레일이 요금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흑자 가능성이 큰 수서발 케이티엑스 노선을 별도법인에 넘기면 코레일은 적자가 늘어나 부실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경쟁체제 도입 효과는 이처럼 불투명한 반면 그로 인한 부작용을 명백하다. 아무리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별도 회사라고 해도 이에 대한 특혜 시비를 벗어나기 어렵다. 별도 회사는 이미 세금으로 건설된 노선을 단순히 사용료만 주고 이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존 코레일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또한 별도 회사에 역세권 개발권까지 줄 경우 혜택은 더 커진다.
국내 철도산업이 경쟁체제를 도입할 정도의 경제 규모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9개로 분할된 일본 철도회사는 평균 운행노선이 4000㎞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 철도노선이 3000㎞에 불과하다. 이를 분할했을 경우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수지를 맞춰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별도 법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3000억~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하니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이처럼 득보다 실이 많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철도의 공공성을 살리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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