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인터넷상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옹호하거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하는 글에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등 정부여당에 편향적인 게시글을 90차례 이상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 쪽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인터넷상의 종북활동을 추적·대응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 관련 댓글에 대해서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억지 해명에 적반하장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우리 누리꾼들 보라고 올리는 댓글 작성 행위가 ‘대북 심리전’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게다가 국정원법은 국내외 대공 및 방첩 관련 정보 수집과 내란 또는 국가보안법 관련 범죄 수사를 직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보안법 수사 목적이나 정보 수집 행위를 넘어선 댓글 작성은 명백히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더욱이 대선 후보 관련 글 내용을 보면 단순히 “평범한 국민으로서의 기본권 행사” 차원을 넘는다. 지난해 11월19일 문 후보가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금강산 관광 즉각 재개를 공약한 다음날 ‘목 내놓고 금강산 가기는 싫다’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11월13일에는 ‘해군기지 사업 이제 와서 중단하라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또 ‘박정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이 등장하는 글에 100차례 찬반 표시를 했는데 96차례나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했다고 한다. 이런 식의 행위를 김씨뿐 아니라 심리정보국 요원 70여명이 근무시간에 조직적으로 했다면, 정부 정책 홍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국정원법상의 정치관여 금지와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어제 낸 해명자료에서 김씨가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정권을 홍보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건 ‘대남 심리전’이고, 이는 국정원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명백한 정치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어제 <한겨레> 보도에 대해 “북한이 활개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언론에 대한 협박이다. 지난해 대선 후보 토론 직후 경찰이 서둘러 “특별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거짓 발표를 강행한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정보기관의 일탈이 우리 헌정사에서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불문가지다. 새 정부 출범 전이라도 반드시 전모를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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