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관제권을 환수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넘기는 내용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오늘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권 말기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기어이 철도 민영화의 첫 관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민영화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철도 관제권 환수는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관제권은 열차 운행 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으로, 현재 운행중인 열차뿐만 아니라 미래의 열차 운행 계획과 이에 따른 선로 배분, 비상시의 응급조처 등 철도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핵심 기능이다. 현재 철도공사가 철도 운용과 관제를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데, 시설공단으로 관제권이 넘어가면 민간 철도업체가 들어올 때 손쉽게 철도 운행 시간, 노선 등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시행규칙만 바꾸면 관제권을 조절할 수 있는데도 시행령까지 바꾸는 것은 아예 철도공사를 배제해 민영화 물꼬를 트겠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안전을 위해 관제업무를 이관하며, 철도 시설은 국가 소유로 하되 운영은 경쟁원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일본 등 철도 선진국은 모두 철도 운영기관이 관제권을 갖는다. 나아가 운영과 시설 기능을 통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철도는 단순히 기차가 운행되는 게 아니라 기차와 선로와 신호가 하나인 시스템이어서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철도의 기능을 쪼개면 민영화 도입은 쉬워지겠지만 국민의 안전은 되레 위협받는다.
안전이 생명인 철도 관제를 경험도 없고 조직도 작은 시설공단에 이관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시설공단은 국토부 출신의 이사장이 공공연히 수서발 케이티엑스 경쟁체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직원들에게 민영화 찬성 댓글을 강요해 국토부 2중대라는 비아냥을 듣기까지 했다. 그러한 시설공단이 관제권을 이관받아 급하게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할 경우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국토부는 철도공사의 독점이 부실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철도 민영화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 요금 인상 등의 폐해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철도공사의 적자는 공공성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부 노선을 운영하는 데서 오는 부분이 크다. 철도까지 공공성을 내팽개친 채 이윤과 수익성 논리에 빠지도록 해선 안 된다. 사회기반시설까지 재벌기업에 내주는 것은 새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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