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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경찰·국토부까지 ‘관권선거’ 작정했나

등록 2012-12-17 19:11수정 2013-02-14 10:01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정부기관들이 일제히 나서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기관의 이런 행태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공정행위로,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야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기관의 선거 개입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의 엄정한 조처와 함께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박근혜 후보 쪽의 맹성을 촉구한다.

우선 국정원이 그동안 법 위반이라며 거부해오다 갑자기 어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대화록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은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국정원은 그동안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형법상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화록 제출에 난색을 보여왔다. 그러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형사처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출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다렸다는 듯 일부 수구언론들이 당시 대화록이라며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에 나선 것은 과거 정보기관이 저지른 북풍공작을 연상케 한다. 시대착오적인 색깔공세에 국정원이 자리를 깔아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세훈 원장을 비롯한 해당 간부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찰이 국정원 댓글팀 의혹 사건에 대해 그제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매우 이례적인 형식과 시간대를 잡아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것도 선거용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표는 상식과 동떨어진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애초 1주일 이상 걸린다던 수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사흘 만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또 국정원 직원 김씨의 아이피 주소를 확보해 포털의 언론사 댓글을 조사하거나, 스마트폰 등에 대한 조사 절차가 없었음에도 완벽하게 수사를 마친 듯이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했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포렌식 조사작업의 특성상 복제작업과 삭제된 영역 복구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토요일 한나절 뒤져보고 결론을 냈다는 건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는 선관위가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윤정훈 새누리당 국정홍보대책위 총괄팀장 등의 불법 댓글 사건 수사가 아직 지지부진한 것과도 비교된다. 명백한 불법 사실이 드러났고 박 후보의 수석보좌관이 도와달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있었는데도 배후에 대한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국토해양부까지 전날 문재인 후보의 4대강 발언에 “4대강 보와 녹조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걸 보면 수사기관뿐 아니라 정부 부처가 일제히 박 후보 돕기에 나선 모양새다. 관권선거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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