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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자자-국가 소송제 재협의’, 실효성이 없다

등록 2011-10-31 19:52수정 2011-11-01 14:55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요청한 대로 어제 비준안을 외통위에 상정하려 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거센 반발로 상정이 무산됐다. 이에 앞서 정부·여당과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국회 처리를 위한 절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절충안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며 비준동의안 처리 방침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절충안은 협정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 국회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절충안에서 잠정 합의한 내용은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한 절충안만 보더라도 얼마나 허술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협정 발효 뒤 3개월 안에 한-미 정부가 ‘서비스·투자위원회’를 구성해 이 제도의 유지 여부를 협의하고 그 결과를 1년 안에 국회에 보고한다고 돼 있다.

투자자가 국가기관을 국제중재재판에 넘길 수 있게 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은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지금까지 협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정부 일각에서조차 주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낼 정도다. 이런 위험한 조항을 일단 시행해본 뒤에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고, 더구나 협정의 수정은 미 의회 승인 사항이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나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의 안정적 시행과 관련한 합의도 마찬가지다. 협정문과 미국의 협정 이행법안은 관련 조항 개정에는 반드시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한나라당은 논란을 빚고 있는 조항들은 대부분 참여정부 당시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이 협정의 재재협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할 까닭이다. 그러나 설령 민주당의 태도에 모순이 있다고 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불투명하고 주권을 침해할 소지까지 있는 협정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따른 주권 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먼저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놓고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협정 발효 뒤 재협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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