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러시아 쿠릴열도 최남단인 이투루프(에토로후), 쿠나시르(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논하는 바에 따르면 이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 섬의 원래 주인은 아이누 사람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이 땅에 침입해 나눠 가지려 다투던 끝에 1855년 이래 일본이 점유했고,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에는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본은 종전에 앞서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이면서 침략전쟁 책임을 인정했다.
독도는 일본의 억지 주장이 더 심하다. 일본은 1910년 한국 고유의 영토를 빼앗아 자국 영토로 강제병합했다. 그 첫걸음으로 다섯 해 전인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딸린 일본 영토라고 선언하고 ‘다케시마’라고 이름을 붙였다. 당시 대한제국은 외교권 등을 빼앗겨 일본의 강제조처에 대항할 수도 없었다.
국회 독도특별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강창일, 문학진, 장세환 의원이 한국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러시아 쿠나시르섬을 방문했다. 일본의 ‘북방영토론’이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이 공통적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기득권을 되찾겠다는 것이고, 따라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독도 지키기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을 방문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일본 기자들한테서 이를 따져묻는 질문을 받고 “우리 국회의원 몇 분이 북방영토를 방문해서 ‘일본 국민들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듣고 있다”며 “당과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 행동이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쟁점의 역사적 맥락을 잘 몰랐던 듯한데, 나중에라도 발언을 고치는 게 좋겠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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