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을 조사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이 어제 “내부 폭발보다는 외부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함미 절단면 등 선체 상태에 대한 육안검사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선체에 대한 직접 타격보다는 어뢰의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과정을 보면 가능성이 희박한 것부터 하나씩 소거해가는 식인 듯하다. 내부폭발설이나 암초 충돌, 금속 피로파괴 가능성 등은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 그 결과 유력하게 남은 게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정답이라고 단정짓기는 일러 보인다. 애초 버블제트설에 대해 제기됐던 숱한 의문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지적했듯이 천안함에 소나(음파탐지기)가 탑재돼 있는데도 어뢰 공격의 기미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버블제트 현상에 수반되는 높은 물기둥을 봤다는 목격자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고 해역에 생물의 주검이 전혀 떠오르지 않은 점도 이상하다. 결국 이런 수많은 의문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학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앞으로 진행돼야 한다.
버블제트설 자체도 아직은 가설 수준인데 벌써부터 북한의 어뢰 공격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더욱 성급하다. 천안함 참사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판명나면 북한이 가장 유력한 의심 대상이 되긴 하지만 우리 군이 미처 수거하지 않은 기뢰 폭발 가능성 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또한 막연한 추정이나 정황증거만을 내세워 북한 소행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어뢰나 기뢰의 파편 등 증거물을 찾아내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은 참사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걸음마를 뗀 상태다. 따라서 부질없는 갑론을박 하기보다는 차분히 조사 결과를 지켜볼 때다. 그런데도 보수세력 한쪽에서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모해 보인다. “북한 스스로 오판과 실착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대응” “도발을 했을 때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따위의 주장이 그것이다. 북한에 대한 대응 문제는 북쪽의 소행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찾은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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