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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소년금연, KT&G가 나서라

등록 2005-06-12 17:32

지난달 31일이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 됐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흡연은 정말 좋지 않다. 기자도 그 시절의 흡연이 성장 발육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청소년 4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 고교생의 15.9%, 여자 고교생의 7.5%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감소추세에 있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서울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1014명의 초등학생 중 1.3%가 흡연을 한다고 답해, 2003년의 0.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를 보여 충격을 주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남자의 경우 21%로 미국의 10%대보다 여전히 2배나 높고, 여고생의 경우에는 2003년 6.8%에서 지난해 7.5%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90% 이상이 공감하고 있고 흡연자의 80% 이상이 금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담배에 접근할 기회를 사회가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지속적인 흡연예방 및 금연 교육을 실시할 경우 청소년 흡연율을 최저수준으로 낮춰갈 수 있음을 뜻한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여 흡연율을 12.5%에서 6.7%로 대폭 낮춘 것은 좋은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정부나 청소년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흡연 폐해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담배제조판매회사가 공개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으로 청소년 흡연 예방과 금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미 외국의 유명 담배회사들은 청소년 흡연 예방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운동은 흡연 피해 소송 대비 등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했지만, 기업 윤리의 공개적 실천이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필립 모리스 같은 회사는 청소년 흡연 예방 및 금연 운동에 관해서라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부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유일의 담배제조사인 케이티앤지(KT&G)는 과연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케이티앤지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해온 사업 실적을 내세우지만 보건복지부 관리들조차도 케이티앤지가 청소년 대상 흡연예방 운동을 얼마나 해왔는지 반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케이티앤지는 지난해 종업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총 47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알짜기업이다. 주가가 좋은 만큼 외국인 지분율도 60%를 넘어 담배판매이익의 과도한 국외유출(?)을 걱정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국민건강을 담보로 시장점유율 70.8%를 차지하는 독과점 민영기업으로서 케이티앤지의 윤리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조경숙 사무관은 담배회사가 공개적으로 앞장선다면 가장 효과적인 청소년 흡연 예방 운동이 될 것임엔 틀림없지만, 정부가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담배회사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청소년 금연 운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같은 손쉬운 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케이티앤지를 비롯한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공동의 청소년 흡연 예방 운동에 묶어내는 정책을 적극 개발할 때라고 본다.

이인우 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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