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오늘 허용된다고 한다.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조건부이긴 하지만 재건축이 허용되는 쪽이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4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이다 보니 재건축 허용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재건축 허용이 비교적 잠잠하던 부동산시장을 뒤흔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가장 관심거리는 재건축 허용 이후 집값 동향이다. 그동안 재건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은마아파트뿐 아니라 주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도 덩달아 뛰었다. 이번에도 비록 호가이긴 하지만 아파트 값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 관계당국은 이런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해 오름세가 본격화할 경우 곧바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비상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가격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데다 재건축 때 용적률 제한, 소형주택 의무비율 적용 등 여러 규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되더라도 큰 개발차익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사업성을 이유로 규제 완화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규제를 하나라도 풀게 되면 투기수요가 일어나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오를 수 있다. 관련당국은 재건축시장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기존의 규제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4000가구가 넘는 기존 주택이 헐리게 되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이사를 해야 한다. 큰 전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주변 강남지역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심각한 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시차를 두고 이사를 하게 하든지 아니면 서울시 전체를 놓고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는 등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쾌적한 주거단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잠실동 등 서울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이 사업성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신축 아파트를 옆집 안방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빼곡하게 짓는 경우가 많았다. 5000가구 이상이 새로 들어설 은마아파트 단지도 이런 식으로 짓는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괴물아파트’가 될 것이다. 사업성과 주거환경을 적절히 조화시킬 대안을 신중하게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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