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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잇단 패소에도 변치 않는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

등록 2010-01-21 21:02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그제 재판을 통해 광우병 보도의 정당성을 확인받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검찰은 반성 기미도 없이 법정 싸움을 이어가려 하고, 정부도 방송 재갈물리기를 포기할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는 이제까지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법원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해임 취소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끝내 대통령 참모 출신을 사장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자 해직 사태를 겪은 <와이티엔>(YTN)의 경우도 비슷하게 진행됐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상 위법이라고 결정한 방송법도 이후 아무런 시정 노력 없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통과됐다. 위법이건 무효건 정부 뜻대로 ‘방송장악 작전’이 이어지는 것이다.

방송 보도 내용을 문제삼으면서 정부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도 변함없다. 당장 피디수첩 제작진만 해도 힘든 법정 싸움을 더 계속해야 한다. 이런 소송 압박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소송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비판 기능이 위축되는 것이다. 정부가 승산이 있건 없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압박은 이것만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다음주 피디수첩의 4대강 관련 보도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보수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가 편파보도라고 민원을 제기하자 방통심의위가 조사에 착수한 경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렇게 친정부 시민단체까지 방송 재갈물리기에 합세하는 일이 흔해졌다.

다각적이고 집요한 정부의 방송 재갈물리기 시도 속에 방송의 공공성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한국방송은 독재정권 시절의 정권 홍보 방송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문화방송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섭정 시도’로 한달반가량 핵심 본부장 4명이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들이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 등 국가적 사안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는 단순히 친정부 방송의 출현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공영방송이 신뢰를 잃음으로써 존립 기반까지 잃게 만든다. 정부는 이제라도 방송장악 기도를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공영방송 말살’이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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