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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가를 참칭한 ‘원세훈 국정원’, 부끄럽지도 않은가

등록 2009-09-17 21:01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피해를 이유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정작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국민을 사찰한 국정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옳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뒷조사하고 시민단체의 돈줄을 끊으려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엄연히 국가정보원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고난 속에 민주화를 일궈온 국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박 이사가 밝힌 국정원의 사찰 행태를 보면 ‘스토커’가 따로 없다. 국정원은 박 이사가 강연을 한 재단이나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 등을 찾아가 이런저런 일을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다. 그가 세운 ‘아름다운재단’에 대해선 “좌파단체의 자금줄”이라는 근거 없는 모함이나 “그쪽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따위 노골적인 방해로 사업을 가로막았다. 기업에 직간접으로 압력을 넣어 시민단체나 여성단체에 대한 후원을 그만두도록 하는가 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원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맡기지 말라고 공공기관에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예산과 기업의 지원이 끊긴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나같이 비판세력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려는 짓이다. 뒷골목 폭력배의 행패나 협박과 다를 바 없다.

박 이사에 대한 국정원의 소송 제기도 그를 괴롭히려는 악의가 분명하다. 이번 소송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보수 성향으로 잘 알려진 법학자까지 “참 우스운 얘기”라고 힐난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굉장히 드문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인데다 법이론으로도 맞지 않는 이런 소송을 강행한 것은, 정부를 비판한 사람을 어떻게든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보복 의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당사자인 박 이사로서는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뺏길 수밖에 없다. 국가의 법무전담 조직과 국고가 그런 괴롭힘과 보복에 함부로 쓰이는 셈이기도 하다. 굳이 따지자면 원세훈 국정원장이 박 이사의 주장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데, 엉뚱하게 국가를 원고로 내세워 국고와 인력을 낭비하도록 한 것도 비겁해 보인다.

국정원은 더는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하는 게 옳다. 이런 소송 자체가 애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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