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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버시바우 대사의 무례한 행태

등록 2008-05-22 20:45

사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또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 그는 그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불쑥 전화해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을) 왜 반대하느냐. 실망스럽다. 불안을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주재국 대사가 현안과 관련해 야당 대표에게 의견을 전달하거나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으나 적절한 격식과 내용을 갖춰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 야당 대표에게 비슷한 전화를 했다면 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적인 대화를 민주당이 공개한 데 대해 좀 놀랐다”는 버시바우 대사의 ‘해명’ 또한 상식에 어긋난다. 제1 야당의 쇠고기 문제 대응 방식에 항의한 것을 ‘사적인 대화’라고 주장하는 그의 궤변이 정말 놀랍다. 미국대사는 한국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도 괜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5년 10월 부임 이후 도를 넘는 언동으로 입방아에 오른 것은 한두 차례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대사관 웹사이트에 쓴 글에서 “한국인은 북한 정권을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사가 주재국 국민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내정간섭 행태다. 그는 이전에도 ‘북한은 범죄정권’,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개성공단 등 북한 지역에 있는 한국인이 인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강경하고 오만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한국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번 일은 이명박 정부의 대미 저자세 외교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판이니, 버시바우 대사로서는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이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그의 행태는 또한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다수 한국인의 뜻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과 괴리된 대미 관계를 추구하고 미국대사는 총독처럼 군림하던 과거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

오랜 동맹일수록 서로 존중해야 건강하게 발전하는 법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집단적 의사표시를 반미 정서의 산물로 쉽게 재단하기에 앞서, 자신이 이제까지 한-미 관계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이번 일은 곧 떠날 미국대사가 마지막까지 분란을 일으킨 꼴이어서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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