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경총 등 경제5단체가 엊그제 ‘삼성 관련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를 생각해서 삼성 특검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형 기업비리 사건 때마다 경제단체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케케묵은 녹음테이프를 돌리는 듯했는데, 또한번의 반복이다.
경제단체는 세가지 이유를 내세웠으나, 어느 것 하나 설득력을 찾을 수 없다.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게 첫째 이유다. 그러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내며 그룹의 내밀한 일까지 겪은 인물이다. 그냥 특정인이 아니다. 진실 여부를 떠나 기업 이미지 손상과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둘째 이유다. 판에 박은 듯한 ‘경제위기론’의 연장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가 아니라 진실 규명이 먼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셋째 이유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는 ‘견강부회’다.
재벌 총수가 연루된 과거 사건 때와 다른 점이라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 정도인데, 이 역시 전제가 틀렸다. 경제단체는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한 의지를 갖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삼성 떡값’ 의혹에 휩싸인 검찰이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독립 수사체계를 구성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볼 필요는 있으나, 그렇다고 경제단체가 특검에 딴죽을 걸 사유는 못 된다. 지금 특검 반대 주장을 펴는 건 검찰이 수사를 서둘러 종결하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경제단체가 진정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기업 투명성을 한단계 높일 전기로 삼게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해야 할 일이다. 재벌의 불법 관행이 근절되지 못한 것도, 그때마다 경제계는 선처 여론을 조성하고 검찰과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로 화답해 온 탓이 크다. 게다가 전경련이야 재벌 친목단체 같은 곳이니 그렇다 쳐도 다른 경제단체들까지 나선 건 부화뇌동으로 비친다.
때마침 같은 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도약하려면 법치주의 확립과 이익집단의 사적 이익 추구 관행 종식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경제5단체 성명과 겹쳐지면 재벌 총수나 대기업의 불법행위는 선처하고 노조 등에는 엄정한 법의 칼을 들이대라는 것이 된다. 이래서야 어찌 국민의 신뢰를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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