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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질 의심되는 이명박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

등록 2007-09-13 18:47

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 10명 가량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마사지걸을 고르는 방법을 ‘강의’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타이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고참 직원은 마사지걸들 중 가장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를 고르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것이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돼 있더라. 그런 것도 일종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품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표현도 저질이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여성의 상품화와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한 사고방식이다. 이 후보가 말한 외국의 마사지 업소는 남성들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것인지, 직장 선배에게 들은 얘기를 단순히 옮긴 것인지는 참석자들의 말이 엇갈려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성매매 때 ‘좋은 여자’를 고를 수 있느냐를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측근의 표현처럼 “인생의 지혜”라고 얘기한 것은 분명하다.

유력 대통령 후보가 말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천박하다. 오죽하면 여성단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공개질의서를 냈겠는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고, 성의 착취를 없애는 방향으로 인류 역사가 발전해왔다는 상식을 되뇔 필요조차 없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최소한의 분별력만 있었더라도 할 수 없는 말이다.

이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 충북 청주에서 열린 경선 합동연설회 전에 정우택 충북지사가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고 하자,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고 말해 말썽을 빚은 바 있다. 그보다 앞서 “애를 낳아 본 여자만이 보육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런 여성 인식을 가진 사람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이는 나라의 수치이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하고 양성 평등 교육이라도 받아 잘못된 여성 인식을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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