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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납품업체 쥐어짜기로는 글로벌 기업 못된다

등록 2007-04-26 07:48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휴대전화 부품업체의 납품단가 쥐어짜기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기나 분기에 한번씩이던 납품단가 협상이 최근에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으며, 사실상 일방적 통보로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휴대전화 산업의 성숙과 관련 기술 일반화, 값싼 제품의 확산 등으로 휴대전화 업계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수익성 악화 요인을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보전하려 하거나 자기 실적만을 높이려고 무리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분기 10%에서 올해 1분기 13%로 상승하는 등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납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8.4%에서 6.5%로 하락하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가 고작 납품업체 단가 쥐어짜기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니 휴대전화 산업의 앞날이 걱정된다. 우리의 휴대전화 부품산업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라는 두 회사에 수직적으로 종속된 구조다. 다른 기업으로의 납품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쥐어짜 자기 이익만 챙기겠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부품 업체들은 탈출구가 없다. 재료비 깎고, 임금 내리고, 공장을 나라 밖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생존 자체도 불확실해진다.

최근 기은경제연구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될 경우 “대기업이 저가 수입품과의 경쟁 부담을 하도급 중소기업에 전가할 경우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런 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근대적인 대-중소기업 종속 관계는 산업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용을 위축시켜 내수 기반까지 취약하게 만든다. 대기업 역시 기술력 있는 부품업체 없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당장의 이익을 위해 제 살을 깎아먹는 꼴이다. 비제조업까지 합하면 종업원 300명 미만 영세·중소 기업의 고용인력은 1천만명을 넘는다. 이들 없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고 나라 경제도 유지될 수 없다. 대기업 스스로의 각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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