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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협상, 강박증을 버려라

등록 2007-02-11 19:40수정 2007-02-12 01:32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번이 마지막 협상은 아니나 주고받기를 통한 큰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협상 전개 과정은 이미 우리 쪽에 매우 불리해진 상태다. 애초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클 가능성이 높은 거래였던데다 준비마저 부실했던 탓이다. 미국 투자자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위헌 논란을 부를 내용까지 포함돼 있음에도, 우리 협상단은 미국 쪽 일정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결과에 기대를 가질 만한 구석이 매우 적으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 의약품 등 대부분 미국이 공세를 취하는 분야들로 압축돼 있다. 반면 무역구제 절차 개선 등 우리 쪽 요구에 저쪽은 여전히 완강하다. 우리 협상단의 대응은 방어에 급급하다. 그럼에도 이번 7차 협상을 앞두고 우리 쪽은 ‘양보’로 비칠 만한 안을 여럿 내놓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의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다. 산업자원부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 개편을 바라는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뜻을 보였다. 이를 놓고 ‘주고받기 전에 먼저 퍼주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협상 카드를 미리 보여주고 배수진을 치겠다는 전략이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먹혀들려면 ‘안 되면 판을 깰 수도 있다’는 단호함이 상대에게 전해져야 하는데, 그런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협상단 안의 분위기도 일단 타결짓는 데 초점을 두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협상 결과가 좋을 리 없다.

협상단은 이제라도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에 쫓길 때 협상을 끝내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 협상을 꼭 타결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협상 결과는 양쪽 모두, 특히 국민이 만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했음에도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 협상단이 무조건 협상을 타결짓고 최종 결정은 대통령과 국회에 넘기겠다고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국민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낳을 싹이라면 더 키워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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