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우석 사건의 뒷마무리가 여전히 정도를 걷지 못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밝혀져 국민을 깊은 실망감과 수치심에 빠뜨린 사건을 두고 서울대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이병천 부교수와 강성근 조교수를 검찰이 연구비 편취 혐의로 기소하자, 최근 정직 3개월과 해임의 추가 징계를 의결했다.
납득할 수 없는 점은 강 교수보다 갑절이 넘는 연구비를 편취한 이 교수의 징계가 훨씬 가볍다는 사실이다. 서울대는 이 교수를 해임하지 않는 이유로 연구성과와 발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참작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대 공대에서 같은 직급의 교수가 이 교수보다 1억원이나 적은 액수의 연구비 문제로 징계 전력이 없는데도 해임됐다. 이 교수는 논문조작으로 이미 징계를 받은 전력까지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있을까.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성과와 발전 가능성을 소수의 징계위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 대학 당국은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비리를 저지른 교수들이 동일한 학문분야의 교수들로부터 연구업적과 발전성에서 후한 평가를 받아 중징계를 회피할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조작에 횡령까지 한 제식구를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징계위 개최 직전에 검증되지도 않은 새로운 연구업적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이 내용이 이 교수의 구제에 중요한 도구로 이용됐다. 각본이 존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징계 절차와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밝힐 책임이 서울대에 있다.
징계안은 정운찬 총장의 재가로 확정된다. 사회문제에 관해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많이 해온 정 총장이 자신의 재임 중에 일어난 교수들의 집단적 부도덕 행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민은 주시한다. 희대의 과학 사기극을 벌인 교수들을 두세 달의 경징계 조처에 그쳐 비난을 받았던 정 총장이 실천은 없이 입으로만 비판하는 지식인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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