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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반대를 ‘원천봉쇄’하려는 정부

등록 2006-07-12 19:43수정 2006-07-12 21:02

사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 의견과 문제점을 수렴하고자 대응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팎에서 제기되는 반대의견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점검하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차 협상을 둘러싸고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대화와 설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반대 목소리를 힘으로 누르겠다는 서슬만 시퍼렇다.

경찰은 협정 반대 시위를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양해각서를 제안한 바 있다. 시위 단체들도 ‘과격시위 자제’를 첫번째 행동수칙으로 삼으며 여러 차례 평화 집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과 ‘교통혼잡 유발’이라는 이유로 모든 도심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 2차 협상 첫날에는 1천여 경찰 병력을 동원해 협정 반대 기자회견을 막고 1인 시위를 훼방했다. 집회신고가 필요 없는 의사 표현까지 방해하고서는 “시위대와 구별되지 않아 혼선이 생겼다”며 어물쩍 해명했다. 어제 오후 서울 시청 앞 집회도 물경 2만여명의 경찰력이 광화문 행진을 원천봉쇄해 적잖은 충돌을 빚었다.

정부는 2차 협상을 앞두고 반대시위를 방치하면 마치 무법천지라도 될 것처럼 끊임없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 때도 원정 시위대가 국가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시위대는 백악관 바로 앞에서 협상 기간 내내 평화시위를 하고 돌아왔다. 남의 나라 대통령 관저 앞에서도 허용된 집회와 시위를 잠재적인 폭력 행위쯤로 여기는 발상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헌법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정부 스스로 모독해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불과 몇 달 전 평택 대추리 사태의 유혈 충돌을 기억한다. 당시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임을 내세워 대화와 설득 대신 군대까지 동원한 물리적 힘에 의존했다.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 분열과 갈등은 깊어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삶과 미래가 걸린 문제다. 걱정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아진 건 그만큼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부족했기 때문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판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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