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배우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혐의를 수사한 수사팀과 내사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씨를 극한으로 몰고 간 ‘마녀사냥’의 근원지가 경찰이라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찰의 ‘셀프 수사’가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겉만 떠들썩하게 수사해놓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끝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씨 사건을 수사했던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를 22일 압수수색한 곳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다. 이곳에 수사를 의뢰한 기관이 바로 인천경찰청이라 한다. 인천경찰청이 직접 정보 유출 경위를 조사하면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씨가 세상을 떠난 직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 책임자가 ‘수사정보 유출은 없다’고 단정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청에 수사를 맡긴다 해서 공정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윤희근 경찰청장도 “경찰 수사가 잘못돼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수사팀 감싸기에 급급했다. 한술 더 떠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그걸 용납하세요?”라며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경찰은 아무 잘못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수뇌부가 이런 생각인데, 경찰 스스로 수사기밀 유출 의혹을 제대로 밝혀낼 것이라고 기대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경찰의 성과를 과시하거나, 피의자를 압박해 수사를 진척시키려는 전형적인 ‘망신주기’ 수사였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등 물증이 전혀 없는데도 유흥업소 종업원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수사를 밀어붙였다. 이씨가 3차 소환 때 비공개를 요청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세번이나 포토라인에 서게 만들었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이 공개한 유흥업소 종업원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2주 동안 총 11차례 조사에서 이씨에 관한 조사는 7차례, 이씨의 이름이 언급된 건 196회였다. 유명 연예인인 이씨를 어떻게 해서든지 엮어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실적 경쟁에 내몰린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찰의 ‘내사 유출’을 수사하려면, 경찰 수뇌부로부터 독립된 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얻을 첫번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