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불법 혐의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에 들어갔다. 관련자 체포영장 발부와 대규모 압수수색, 계좌추적으로 이어지는 수사 행보도 발빠르다. 김재록씨 로비 의혹과 현대차 비자금에 이어 잇따라 터지는 대형 사건에 지켜보는 국민들이 숨가쁠 정도다.
검찰이 밝힌 론스타의 혐의는 부동산 거래 등으로 번 거액의 돈을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탈세) 국외법인을 통해 빼돌린(외환도피) 것이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사안으로 검찰이 상당 기간 내사를 통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론스타는 지난해 국세청이 물린 추징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법리 공방을 벌이면서 뒤로는 불법적으로 세금을 피하고 돈을 빼돌렸다면 자본의 국적을 떠나 중대한 범죄 행위다. 불법 혐의를 개인 비리로 눙치려는 태도에선 투기자본의 속성이 드러난다. 투자로 얻은 이익이 정당한 것처럼 법에 따른 과세를 피해선 안 된다. 과세 적절성과 불법 행위는 별개다.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마땅하다. 다만, 국부유출 여론 등 정서법에 휘둘려선 안 된다. 앞문을 열어주고 이제와 뒷문을 죈다는 외국자본의 지적을 피하려면 국제 기준을 반영한 합리적인 법 집행이 되어야 한다.
론수타 수사의 ‘본류’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다. 은행 건정성 지표인 자기자본 비율(BIS)을 누군가 일부러 낮춰 론스타에 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고발했고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는 세금 회피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성이 큰 사안이다. 은행 매각 과정에 뒷거래와 검은 시나리오가 있었다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일이다. 신중하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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