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대응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22일 예정된 민생 토론회에도 돌연 불참했다. ‘김 여사 방탄’ 앞에선 대통령의 정치중립 의무도, 국정도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22일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겨냥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윤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를 겸한 민생 토론회를 30분 앞두고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표면적으로는 ‘감기’라고 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통령실이 겉으로 문제 삼는 대목은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을 ‘사천’하려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시스템 공천’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가 핵심이다. 김 여사를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고 보는 윤 대통령과 달리,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미묘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유가 무엇이건, 윤 대통령이 여당 공천과 비대위원장 거취 같은 당무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헌법·공직선거법 등 위반 행위다. 게다가 한 위원장의 명품백 관련 발언은 고작해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 등에 불과하다. 이마저 용납할 수 없다면 김 여사가 현 정권의 성역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실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윤 대통령 부부가 처음부터 사과하고 법에 따라 처리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이 두문불출하고,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시켜 여당 당무 개입을 공공연히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에 이어 명품백 대응까지도 오로지 ‘부인 방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뿐이다. 대통령이 이처럼 권력을 사유화해 당과 국정을 뒤흔들어도 되는 것인가. 김 여사 의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