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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야 저출생 공약 경쟁, 총선용 이벤트 되어선 안된다

등록 2024-01-18 18:19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앞다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야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대책을 동시에 내놓으며 본격적인 총선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소득과 무관한 현금 지원을 비롯해 종전보다 파격적인 공약들도 여럿 보인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인구 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세계 최저 수준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 경쟁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저출생 해법이라는 국가적 의제를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18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출산휴가를 ‘아이맞이 엄마(아빠) 휴가’로 개명하고, 아빠에게 한달의 유급휴가를 의무화하고, 눈치 안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신청만으로 자동 개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모든 신혼부부에게 결혼·출산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앞세운 저출생 종합대책을 내놨다.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해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양당 간에 공통적인 공약도 눈에 띈다. 인구부(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감한 현금성 지원 공약들이 여럿 포함된 데 견줘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나오진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대책에 연간 2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국민의힘도 대략 3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내역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진정으로 실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일고, 결국 총선용 이벤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저출생은 단편적 정책 남발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역대 정부는 2006년 이후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22년은 0.78명, 그리고 지난해는 0.7명 초반~0.6명 후반대로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서 ‘유럽 흑사병 시대 인구 감소보다 심각하다’고 보도할 정도로 이젠 세계적 관심이 됐다. 그만큼 저출생이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성평등 인식 부재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야가 백화점식 대책을 쏟아내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대신,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고 정책 실효를 높일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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