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가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이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향해 “주적” “전쟁” “초토화” 등 말폭탄을 쏟아냈고, 남북 민간교류를 위한 각종 기구·단체들도 모두 폐지되고 있다.
15일에는 북한이 전날 극초음속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지 3년 만에 ‘기습 공격'이 가능한 단계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때 음속의 10배 이상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런 미사일은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3이나 한국과 괌 등에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제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직시해야 할 때다. 북한 문제에 대한 권위있는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지난 11일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 공동 기고에서 “김정은은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면서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직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위험한 정세의 심각함을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직시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과도한 불안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전략과 움직임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북한이 공격한다면 북한 정권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공언한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보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접경지대에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고, 서로 ‘즉시, 강력하게’ 대응하다가 사태가 확대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가.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을 과도하게 신뢰하면서, 충돌이 일어나도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것만으론 절대 충분치 않다. 주변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외교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군사기술 확보 등에 공 들이고 있다. 최선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 대표단이 14일부터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군사 협력을 논의한다고 한다. 정부는 중국·러시아 관계를 관리해 북한의 무모한 결정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혼란에 휩싸이게 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