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이 현실화되고 있다.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 3명이 10일 동반 탈당했고, 11일엔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탈당한다. 앞서 지난달 이상민 의원도 탈당했다. 모두 이재명 대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최고책임자로서, 당과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원칙과 상식’ 모임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 중심의 단결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연말 ‘당대표 사퇴,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해도, 설득하려는 노력은 필요했다. 피습 사건이 있긴 했으나 그 이전에도 사실상 손 놓다시피 했다. 당 지도부는 탈당 하루 전인 9일에야 물밑 대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동안 ‘친명’ 중심 당 운영으로 ‘사당화’ 비판을 받아왔다. 당 요직과 혁신위원회 등 주요 인사에선 ‘친명’ 색채를 계속 강화했고, 다양한 의견 그룹과의 소통은 미진했고, 토론과 설득은 부족했다. 난감한 상황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곤 했다. 특히 전면적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가,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날 부결을 호소해 스스로 명분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강경 지지층의 문자폭탄 문제 해결, ‘당내 민주주의’ 요구에도 미온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갖은 실정에도 국민들이 민주당에 온전한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아프게 살피고 제대로 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 대표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탈당하는 것은 공천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공천에서 당원 비중을 늘렸다. 형식적으로는 경선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친명’ 위주로 당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 탈당 의원들에게도 온전한 면죄부를 주긴 어렵다. 당은 다소 입장이 다르더라도,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탈당 의원들은 ‘반이재명’ 이외에 신당을 만들 만큼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간 겪은 많은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전 총리 등이 당내에서 좀더 치열하게 다툴 수는 없었는지, 국민을 위하는 길이 이 방법 밖에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묻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