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만연하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삶으로 증명해낸 민주주의와 평화, 화해와 통합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가치가 됐다.
6일 열린 김 전 대통령 탄생 100년 기념식에는 여야 지도부와 정치권 원로들이 대거 참석해 ‘김대중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극단적 대립과 반목의 분위기와 민주주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치권이) 의회주의가 살아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구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세상이 다시 멀어지고 있고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화해와 포용의 정신으로 대통합을 이뤄낸 김 전 대통령의 궤적을 지금의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다양성을 모르는 자가 정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군사독재 정권의 핍박과 지역주의·색깔론에 고통받았지만,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지역과 세대, 여야를 넘어선 국민 통합을 이뤄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고, 인권과 정의의 초석을 마련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민생, 한반도 평화는 평생을 바쳐 추구해온 가치였지만, 이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다. 정치 극단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한 증오가 난무한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이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배제의 정치는 극심해지고 있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국정운영이 일상화됐다. 언론·노동 탄압 등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남북은 강 대 강으로 맞서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거대 양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심화되고, 극단적 대결정치 속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김대중 정신’은 이념보다는 민생을 우선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살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의미한다. 불신과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에 힘쓰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받아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