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2심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1심과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는데도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2심 진행 중 정권이 교체되고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 뒤 법무부가 재판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패소할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그런 지적이 결코 억측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책임한 행태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취소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1·2심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송의 당사자인 국가기관이 이렇게 순순히 패소를 인정하고 상고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는 “항소심 판결을 검토한 결과, 이번 판결에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등의 상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징계가 정당하고, 최고 면직까지 가능한 중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점에 비춰보면, 상고 이유가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2월, ‘판사 사찰’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에이(A) 사건’(검·언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등의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이듬해 10월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에 대해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행위”라고 판시했다.
1심에서 법무부가 사실상 ‘완승’을 거뒀음에도 한동훈 법무부는 항소심에서 패소를 작정한 듯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1심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들을 석연찮은 이유로 내치더니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에 소송을 맡겼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증인을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는 등 시종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했다. “대통령에게 져드리려 애쓰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에 이은 상고 포기는 법과 원칙이 권력자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진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오죽하면 ‘승부 조작’에 비유하겠나. 이러고도 공정과 상식을 얘기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