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양도세를 매기는 ‘대주주 범위’ 축소를 검토 중인 가운데, 여당 쪽에서 ‘축소’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를 단행했듯이 연말 주식시장 폐장을 앞두고 시행령 개정을 전격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일부 개인투자자가 환영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금융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으로 가는 길을 마구 파헤치는 꼴이 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민생수호”라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장기투자의 비전을 꿈꿀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권 의원은 10일에도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시행령만 고치는 일인 만큼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썼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는 2000년 제도 도입 때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했다가 4차례 단계적으로 기준을 낮춰, 2020년 4월부터는 10억원 이상에 적용하고 있다. 애초 2023년부터는 대주주 기준을 없애고, 주식·펀드 등으로 거둔 수익이 5천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과세하는 금투세를 도입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 세법 개정 때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려다 야당의 반대에 부닥쳤다. 결국 대주주 판정 때 가족 합산을 폐지하고 금투세 도입을 2년 미루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다. 올해 다시 대주주 범위 축소를 꾀하는 것은 이 합의를 깨고, 금투세 도입도 재론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면서 합리적 투자를 정착시켜 금융시장을 선진화하는 길이다. 속도는 조금 늦췄지만 방향까지 뒤집어선 안 된다. 권 의원은 “주식양도세 기준이 너무 낮아서 해마다 연말에 세금 회피용 매도 폭탄이 터지고, 결국 주가가 하락하여 다수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 회피용 매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가 된다는 점을 놓친 단견이다. 공격적인 부자감세에다 세수 추계 오류로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을 초래한 기획재정부가 “결코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그나마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