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과 장관의 저급한 막말이 연일 상식선을 넘고 있다. 서로를 향해 “어린놈”, “후지게” 정도는 약과이고, “금수”, “쓰레기”라는 욕설까지 주저 없이 내뱉는 지경이 됐다. 가뜩이나 심각한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더욱 부추기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먼저 도를 넘은 사람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어린놈이 선배들을 능멸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검찰의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를 비난하며 검찰 지휘권을 지닌 한 장관을 향해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지×을 해”, “건방진 놈”이라고 했다. 이 사건 피의자로 검찰의 장기 수사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사법 절차에서 정식으로 따질 일이다. “분노의 표시”였다지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5선 의원, 인천시장, 집권 여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 공적 자리에서 이렇게 거친 언사를 내뱉는 건 자제해야 한다. 특히 나이를 들먹인 건 가부장적 ‘꼰대 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때 ‘꼰대 정치 청산’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앞뒤가 안 맞지 않는가.
여기에 한 장관의 무절제한 대응이 문제를 더 키웠다.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며 역시 쌓인 분노를 그대로 퍼붓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고위 공직자는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 비판받을 일이 있게 마련인데, 한 장관은 늘 이런 식으로 역공을 펼친다. 국민들에게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뭘 했는지보다, 공식석상에서 야당 정치인 맹공하는 장관으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아예 입장문까지 써서 배포했다는데, 그렇게 한가한가. 한 장관의 과잉 대응은 결국 “어이없는 ××”(민형배 의원), “그닥 어린 놈도 아닌 너”(유정주 의원), “금수”(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막말 릴레이로 이어졌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더 독한 욕설로 가세한 것이다. 여기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까지 김 의원을 향해 “정치 쓰레기”라고 매도하면서 참전해 악다구니판을 만들었다.
‘국회의원 윤리강령’ 1조가 품위 유지다. 국무위원인 장관도 마찬가지다. 공개 발언에서 감정의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은 공직을 함부로 맡아선 안 된다. 공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닌 인사가 분노에 휩싸인 채로 결정을 내린다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모범은 못 될지언정 걱정거리가 되진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