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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당 혁신위, 대통령에게 할 말 못하면 무용지물

등록 2023-10-26 18:33수정 2023-10-27 11:2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명단과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명단과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 한 지 보름 만이다 . 인요한 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앞으로 60일간 활동하며 당 쇄신안을 마련하게 된다.

인 위원장은 인선 발표 뒤 “아마 일주일이 지나면 당에서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또 지난 24일 임명 직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변화, 희생,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혁신위원 면면을 보면 의구심이 앞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친윤’계 의원, 여야 여러 당을 전전한 검사 출신 전직 의원, 재선 의원을 지낸 전직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으로 과연 여당의 환골탈태를 이끌 수 있을까. 그나마 여성이 7명으로 성별 안배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정치권에 처음 발을 디디는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이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성중 의원을 ‘수도권’이라 포장하지만, 영남 출신인데다 지역구도 서초구을로 영남 의원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는 늘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언론 압박에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다. 출범과 동시에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이런 위원들로 어떤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혁신위는 국민의힘 내부보다 대통령과 당의 수직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당대표부터 모든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도 대통령의 무리한 후보 내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이념을 앞세워 불통 행보를 계속하는데도 여당은 말 한마디 못했다.

그러니 어떤 쇄신안을 내놓아야 하는지는 누구나 다 안다. 이념 대신 민생, 극우 대신 중도, 그리고 ‘용산’과 거리두기다. 이를 제대로 진행하면 야당도 긴장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우선 여당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는 윤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 인 위원장은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하고도 거침없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문제의 핵심은 안다는 뜻이다. 말의 성찬에 그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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