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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잠재성장률 첫 1%대 추락, 연구개발 예산부터 복원해야

등록 2023-10-24 18:05수정 2023-10-25 02:42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협기구가 지난 6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와 1.7%로 추정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는 2014년 3.4%에서 불과 10년 만에 반토막 나는 것으로, 우리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두배 이상 높은 미국보다도 내년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게 된다. 미국은 올해 1.8%로 한국보다 낮지만, 내년엔 1.9%로 한국보다 높아질 것으로 경협기구는 전망했다.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도 전에 저성장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인구(노동)를 늘리거나 자본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노동력을 결정하는 인구 문제의 경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으로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저출생 대책으로는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인구 문제를 걱정하는 척하지 말고 더욱더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젊은이들의 피부에 와닿는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를 확장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연구개발(R&D) 투자다. 미래 산업 발굴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거나 생산요소의 효율을 높이는 일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역시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인구 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뭉텅이로 삭감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을 충격과 혼돈에 빠뜨렸다. 예산이 끊겨서 연구용 컴퓨터가 멈춰서는가 하면, 진행 중이던 연구도 돈이 없어서 접어야 할 판이다. 벌써 많은 과학 인재들이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규모가 극적으로 줄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산인 인재와 기술을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방만한 집행이 있었다면 정확히 도려내면 될 일인데, 무턱대고 일제히 삭감했다. 하루아침에 세금을 축내는 카르텔로 낙인찍힌 과학기술 인력의 탈출 행렬이 의대 블랙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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