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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50년 만기’ 대출 정부가 이끌곤, 책임론에 ‘은행 탓’ 발뺌

등록 2023-10-12 18:53수정 2023-10-13 02:42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은 만기가 길수록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만기를 대폭 늘리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금을 늘릴 수 있다. 그럴 목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도입한 ‘50년 만기주택담보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를 이끈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를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런데 책임론이 일자 금융당국이 ‘은행 탓’을 하며 발뺌을 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가계부채 관리를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금융 상식이 있으면 그런 상품을 안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대출을 늘려서 수익을 늘리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체이탈 화법이 아닐 수 없다. 50년 만기 대출은 윤석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도입하고, 민간 은행들이 따라 만든 상품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고 공약을 이행하려고 보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까지 완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를 우회해 대출을 늘릴 수 있는 ‘만기 40년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택금융공사가 검토했고, 결국 50년 만기 대출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주도한 50년 만기 대출은 34살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고정금리 조건을 적용한 것으로, 나이 제한 없이 다주택자에게도 변동 금리로 빌려주는 은행의 50년 만기 대출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변명일 뿐이다. 만기 확대의 핵심은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시중은행들은 당시부터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정책금융상품이 나온 뒤에 뒤따라 내놓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12일 금융위 발표를 보면, 9월 한달 동안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4천억원 늘어 8월(6조2천억원)에 비해서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5조7천억원 늘어나 7월(5조6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가계부채 위험이 계속 커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인 가계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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