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고교 내신을 5등급제로 완화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합형으로 치르도록 하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10일 내놨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학생들을 줄세우기식 입시 위주 교육으로 내몬 상대평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어서, 다양한 적성과 진로에 따른 교육을 추구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무색하게 할 소지가 크다.
개편안은 11월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 확정된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와 맞물려, 현재 중2가 응시하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내신 평가 방식 개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정부는 고1 내신 성적만 9등급 상대평가로 매기고 고2·고3은 5등급 절대평가를 적용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절대평가만 실시할 경우, 성적 부풀리기로 변별력을 잃을 수 있다며 고1~3학년, 전 과목에 동일하게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 병기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수능은 9등급제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하되, 문·이과 지망에 따른 선택 없이 통합형으로 치르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 설명을 압축하면, 개편안은 대입제도의 안정성과 공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평가 위주인 현행 대입제도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고교 내신에서의 학년별 유불리나 수능 선택과목에서 문·이과 유불리 등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손보는 데 그친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하라는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신 상대평가를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하는 것만으로 황폐화된 교실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더군다나 5지선다형 수능 출제 방식과 그 비중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교육부는 여러 전문가들이 제안해온 수능 자격고사화나 논서술형 문항 출제 등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향후 논의할 일이라는 식으로 뒤로 미뤄놨다. 교육부 스스로도 ‘5지선다형 평가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밝히고 있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개편안에는 수능 과목에서 ‘심화수학’ 도입 검토 등 사교육을 더 조장할 우려가 큰 방안들도 포함돼 있다. 고교학점제를 안착시켜 배움의 질을 높이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대입제도 개편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