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고민정 등 최고위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면서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최고위원회는 체포동의안 가결 표를 던진 이들에 대한 징계를 시사하고 나섰다. 하루빨리 당을 수습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오히려 골을 깊게 할 수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이들을 겨냥해 “해당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배신, 협잡의 정치”, “배신자, 독재부역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처럼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어 공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을 수습해야 할 최고위원들이 오히려 당을 분열로 내모는 셈이다. 특히 지도부가 ‘상응 조처’를 공언한 것은 민주적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무기명 비밀투표의 결과를 놓고 공당이 나서 반대 의견을 ‘색출’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가결 표를 던진 이들을 향해 “떳떳하면 밝히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검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큰 논란을 일으켰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접은 것에 대한 사과나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분열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 격앙된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고 당의 화합을 촉구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서로를 향해 날이 서 있는 의원들의 분노를 무마하고, 격앙된 당원들도 진정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 대표 말대로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된다. 봉합을 하자는 게 아니다. 당은 큰 방향이 같다면 다소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을 품을 수 있다. 그러니 당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친명’, ‘비명’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울 정치집단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정기국회 기간이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견제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당 내분에 모든 힘을 쏟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