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6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 앞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했다.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어야 할 검찰에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검사들만 중용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 이런 검찰이 정치인 관련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인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해온 검찰 중간간부들은 이 대표 수사를 계속 맡게 됐다. 이미 2년 가까이 진행해온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과거 검찰은 정치인 수사에서 여당과 야당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실제론 한쪽을 겨냥하더라도 겉으론 균형을 맞추는 척이라도 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핵심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원석 검찰총장 체제에서는 그런 시늉조차 않는다. 윤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인가. 국민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오만인가.
지금 검찰은 윤 정부에 부담을 주는 수사는 아예 시작조차 안 하려고 한다. 대통령실이 연루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가운데는 검찰 수사 대상인 민간인들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핑계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 경찰이 송치한 ‘이태원 참사’ 수사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를 수사 착수 9개월이 넘도록 미루고 있다. 검찰 수뇌부가 일선 수사 검사들의 기소 의견을 뭉개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실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다. ‘윤석열 사단’의 눈에는 ‘이재명’만 보이고,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사건 유족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가.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마치 윤 정부와 ‘운명공동체’가 된 것처럼 움직인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 승리를 위해 검찰권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뉴스타파 등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대선 개입 여론 조작’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겨냥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사단의 무도함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도 퇴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