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세 수입이 예산안(400조5천억원)보다 크게 적은 341조4천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18일 밝혔다. 세수 펑크 규모가 59조1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나면서 올해 나라살림 운영이 엉망이 돼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부 지출을 깎고 깎으면서 강조했던 ‘건전재정’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연초부터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나는데도 8월 말 내년 예산안을 국회로 넘길 때까지 세수 재추계를 미뤄왔다. 적절한 대응책 마련도 회피했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기재부의 세수 추계가 이렇게 엉망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21년(21.7%)과 지난해(15.3%)에도 세수 오차율이 두자릿수였다. 기재부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세수 추계 전반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도 오차율이 두자릿수(14.8%)에 이른다. 그나마 전에는 세금이 너무 많이 걷힌 것이었지만 이번엔 펑크가 난 것이라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기재부는 “작년 4분기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의 대내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인한 기업 영업이익의 급감, 자산시장 위축 등에 기인”한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올해 실질성장률이 지난해 예산안 짤 때 전망한 것에 견줘 1%포인트가량 낮을 뿐이니, 경기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어설픈 변명이다.
한번 궤도를 벗어난 정부 재정 운용이 쉽게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은 답답함을 키운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 개편을 통해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경기 부진과 감세 정책이 겹쳐 올해 세수가 이렇게 큰 규모로 펑크 난 데 이어, 내년 세수도 작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50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세 기조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 오기를 부리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올해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기재부는 세계잉여금 4조원과 기금 여유재원 24조원을 활용해 대응하고, 일부는 사업 집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미루고, 세계잉여금을 쓰는 것으로는 결손의 일부만 해결할 뿐이다. 세입경정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세수 결손 보전용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바른길이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국가채무 비율 수치를 조금 낮추자고 외국환평형기금을 헐어 쓰는 것은 정부 재정 정책과 재정 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를 더 훼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