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7일로 18일째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16일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단식 중단을 결의했다. 앞서 최고위원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함세웅 신부 등 사회원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강행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정치지도자의 단식이 막힌 정국을 뚫는 돌파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이 대표의 단식에 여권은 줄곧 ‘방탄 단식’이라며 무시와 조롱으로 일관했다. 여기에 16일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을 결의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라고 맞서 오히려 강 대 강 대립 국면만 더 강화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두차례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고 하나, 당내 최고위원회의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정국 타개를 위한 단식 중단 요청이라 보긴 어렵다. ‘단식 중단 요청했다’는 형식적인 치레를 쌓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했으나, 이 역시 무의미한 제안이다. 현 정국의 키를 윤석열 대통령이 쥐고 있는데다, 김 대표의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 단식 중단을 원한다면, 김 대표는 이 대표가 아니라 용산을 향해 대통령-여야 대표 만남을 요청해야 한다.
이 대표 단식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 단식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단식까지 하는 정국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일말의 성찰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번도 야당 대표를 안 만났고, 지난달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야당과 협치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밝히기까지 했다. 단식 기간 중에는 극우 색채가 짙은 ‘싸움꾼’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 대표 단식에는 무시로 일관했다.
여권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이 대표의 단식으로 당장 뭔가를 얻은 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온 국민이 다시 한번 되새기고, 민주당도 결의를 다지는 충분한 계기는 됐다. 그러니 여기에서 멈추더라도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이제는 국민을 믿고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0여일째 단식을 하던 우원식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각각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그때 이 대표는 “건강을 잘 챙겨 더 많이, 많은 곳에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대표에게 드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