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나흘째인 17일 오후 서울역 승차권 발매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에 매진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서행 케이티엑스(KTX) 운행’ 등을 요구하며 닷새간 이어진 철도노조의 파업이 18일 오전 9시부로 종료된다. 파업으로 인한 철도 운행 차질은 제한적이었지만 노조는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정부의 경직된 철도 경쟁체제가 초래한 측면이 큰 만큼, 더 큰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노정 간 대화를 통해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4일부터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국 열차 운행률은 70~80%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수서행 케이티엑스 운행 △4조 2교대 전면 시행 △임금 인상 등 핵심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좀 더 강도 높은 수준의 2차 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하지만 코레일과 국토부는 정부 정책 사항을 쟁점으로 벌이는 노조 파업이 정당성이 없다며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차 파업이 종료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노조는 정부가 국민 편익을 명분으로 만든 철도 경쟁체제를 고수하느라 국민 편익마저 외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현재 고속철도는 코레일의 케이티엑스와 2013년 설립된 에스알(SR)의 에스알티(SRT·수서고속철도)로 분리돼 있다. 이달부터 수서고속철도 노선이 전라선·경전선·동해선으로 늘면서, 기존 경부선 좌석이 하루 4천석 이상 줄었다. 문제는 국토부가 이를 서울역을 오가는 케이티엑스 증편으로 해결하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승객들이 서울역에 내려 수서역으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수서행 케이티엑스 운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운임과 선로사용료 등이 서로 달라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근본적으로 민영화로 가는 포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철도 경쟁체제를 둘러싼 해묵은 쟁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에스알이 알짜배기 노선을 가져가고 코레일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적자 노선이 줄줄이 폐지되는 등 철도 공공성 약화로 이어졌다. 게다가 연간 최대 406억원에 이르는 중복 비용과 이원화된 서비스가 효율을 낮춘다는 이유로, 전임 정부는 두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진척이 더뎠고 지난 연말 정부는 경쟁체제가 본격 운영된 기간이 짧아 평가가 어렵다며 통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최종 유보했다. 정부가 “민영화라는 허상을 끄집어내 인위적 명분을 만든 파업”(원희룡 국토부 장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