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청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수사 및 기밀 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회식이나 기념사진 촬영, 공기청정기 대여 등 용도에 맞지 않게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동안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쓴다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강하게 부인했는데, 이번에 증빙자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국민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쓰는 행위를 형사처벌해온 검찰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와 언론사 등으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검찰 특활비 관련 자료를 분석해보니, 일선 지검에서 공기청정기 렌털비와 기념사진 비용 등을 특활비로 지출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한다. 지검장 퇴임을 앞두고 특활비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등 ‘수상한 지출’도 드러났다. 특활비는 마약범죄와 같은 보안이 필요한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쓰인다는 이유로 사용처 증빙을 면제해주는데, 감시가 소홀하니 모럴 해저드가 만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특활비의 절반 정도를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배분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뚜렷한 용처는 밝히지 않은 채 ‘수사와 관련된 용도’로 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검증 결과 검찰 특활비가 이런 용도로도 쓰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일선 지검이 제출한 증빙자료 가운데 사용처가 지워지지 않은 일부 자료가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사용처가 지워진 다른 증빙자료까지 추적해보면 특활비 오남용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업무추진비 카드전표의 상당수가 업소명을 알아볼 수 없도록 지워진 것에 대해 “오래 보관해서 잉크가 휘발된 것”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한 장관 자신도 이 말을 안 믿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해체’ 발언에 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출판 및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크게 줄였다. 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나눠먹기식 카르텔’이라 했는데, 사용처 증빙자료를 다 공개하기 때문에 검찰 특활비에 비하면 훨씬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내년 검찰 특활비 예산은 늘려줬다. 그것도 법무부의 ‘특활비’ 명목 예산은 줄이면서, 그동안 국방부에만 주던 ‘정보보안비’를 법무부에도 배정해 전체 특활비를 늘렸다. 윤 정부가 이렇게 ‘꼼수’까지 쓰면서 검찰만 우대하는 이유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