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예타노선 종점 인근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추진과 관련해 또 말을 바꿨다. 누구도 사업을 그만두라 한 적 없는데 난데없이 백지화를 선언하더니, 더불어민주당이 사과해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가, 27일 양평군 간담회에선 “고속도로를 최대한 빨리 놓겠다”고 했다. 말과 행동이 너무 가볍고 무책임하다. 이렇게 매일매일 말이 바뀌니, 어떻게 원 장관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원 장관은 양평군 주민들을 만나 “민주당이 사과를 안 할 것 같지 않나”라며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여론조사 등 의견을 모아 최대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1조800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제멋대로 중단해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은근슬쩍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신기하고 놀랍다.
지금까지 의혹이 해소되긴커녕 상황이 점점 꼬여버린 것은 원 장관의 돌출행동과 석연치 않은 대응 탓이다. 2019년 국토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 2년 심사 끝에 통과된 안을, 2022년 3월 업무에 착수한 민간 용역업체가 뒤엎고 두달 만에 종점이 바뀐 변경안을 내놓았다. 이 민간업체 제시안을 따랐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렇게 담대한 용역업체, 이렇게 겸허한 정부 부처가 있었던가.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바뀐 노선이 더 좋기 때문에 예타안 통과한 기존안으로 가면 “배임이 된다”고 했다. 예타 통과 뒤 1년 동안 국토부는 뭘 하고 있었길래 민간업체가 두달 만에 내놓는 그렇게 좋은 안을 못 찾았단 말인가. 또 지난 3일 ‘늘공 어공’ ‘정무직 장관’을 언급하며 의혹을 피하기 위해 ‘원점 재검토를 추진하라’고 했다며 자랑스레 말하던 원 장관이 사흘 뒤 갑자기 백지화를 선언하고 이후 ‘강상면 일타강사’로 돌변한 이유도 궁금하다. 그 사흘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원 장관은 양평군 간담회에서 “‘특정인 로드’로 몰고 가는 오물이 고속도로가 가야 할 길 앞에 쌓여 있다”고 했다. 의혹 제기를 ‘오물’로 표현한 것이다. 국토부는 “백지화는 충격요법”이라 했다. 누구를 때리겠단 말인가. 국민인가, 야당인가.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정의당은 노선조사위원회 설치와 부동산 백지신탁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 필요한 조처들이다. 그런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원 장관을 두고서 진상규명과 사업 재추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