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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업 중단’ 저질러놓고 ‘야당 사과’만 외친 원희룡 장관

등록 2023-07-26 18:27수정 2023-07-27 02:1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쪽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지난 6일 느닷없이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더니 2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야당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국토부의 미흡한 해명과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은 못 하면서 맞짱을 뜨듯 큰소리를 치며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국정’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가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의심스러운 점은 여전히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핵심은 타당성조사를 맡은 민간 용역업체가 조사 착수 50여일 만에 단지 ‘환경’ 문제만을 제시하며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예비타당성조사안 노선을 거의 무시해버리고, 종점 노선을 바꿔 단일 검토 후보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도 처음에는 ‘양평군이 했다’고 하다가, 나중에 돌연 민간 용역업체라고 말을 바꿨다. 국토부 설명은 이런 노선 변경에 국토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용역업체인 ‘동해종합기술공사’가 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여가 흘러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야 슬그머니 변경안을 내놓았다. 하필 김건희 여사 일가가 대규모로 땅을 소유한 곳으로 종점이 바뀌었으니, 특혜 의혹이 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적법하고 바람직한 노선 변경인지 따지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책무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관련 자료를 대거 공개했다. 원 장관은 ‘이제 의혹은 다 해소된 것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만한 태도다. 내놓지 않은 자료가 아직 많고, 내놓은 자료에도 손을 댄 흔적이 있는데 국민들을 향해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2022년 4월 ‘과업수행계획서’에서 4개 쪽을 삭제하고 공개한 것이 26일 확인돼 추가 의혹도 샀다.

제기된 의혹들은 진상이 규명돼야 하고,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진행돼야 한다. 지금 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은 원 장관이다. 이날 국회에서 원 장관은 책임 있는 해명은 없고,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반격하면서 비꼬는 말투까지 쓰는 등 작심하고 싸우러 나온 모습이었다. 원 장관은 지금 누구의 사과를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 사과할 사람은 원 장관이다.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백지화’를 했다고 하니, 국민들과 양평군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고 혼란을 준 일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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