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아무개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20일 오후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군인이 되레 목숨을 잃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희생된 해병대원에게는 구명조끼도 지급되지 않았다. 안전 대책도 없이 장병들을 위험한 수색작업에 막무가내로 내몬 군 지휘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병 1사단 소속 채아무개 일병은 19일 오전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하천 바닥이 꺼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당시 해병대원들은 ‘인간띠’ 형태로 늘어서서 물속을 훑는 방식으로 수색작업을 했다고 한다. 집중호우가 내린 뒤 물살이 센 하천을 이런 식으로 수색하려면 당연히 안전에 대한 방비를 했어야 한다. 구명조끼를 지급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구명정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수상 탐색을 하던 장병들은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정작 물에 들어가 수색하던 장병들은 맨몸이었다니 군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해병대사령부도 20일 뒤늦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고 했다.
현지 주민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성천은 모래 강으로 물 아래 지반이 약하다고 한다. 이런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위험한 인간띠 방식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니 병력 운용에 대한 군의 판단 능력을 의심케 한다. 더구나 수중 수색 경험도 없는 포병대대 병사들이었다. 현장 소방당국도 이틀 전부터 인간띠 작전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위험 요소를 살피지도 않은 채 일단 장병들을 투입하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작전’이었던 셈이다. ‘군인 정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이었던 건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병사 한명 한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이렇게 소모품처럼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이런 군에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겠나.
이런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엄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무리하게 수색작업을 벌인 경위와 규정 위반이나 안이한 판단 등 지휘책임을 물을 대목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보여주기식 수색작업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군당국은 앞으로 대민지원 임무는 물론 평상시 훈련에서도 장병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이번 비극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