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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대학 동기 총장, 선관위 정치중립 시비 자초

등록 2023-07-19 18:28수정 2023-07-20 02:42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6월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후보자 인사검증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6월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후보자 인사검증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김용빈 사법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다. 독립성·중립성이 핵심인 선관위가 대통령 친구를 ‘실세’로 맞이하며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선관위는 오는 25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김 원장을 새 사무총장에 임명·의결할 예정이다. 김 원장이 임명되면 1986년 이후 37년 만의 첫 외부 인사 사무총장이 된다. 선관위는 최근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가족 특혜 채용과 방만한 운영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질타를 받았고, 개선책 중 하나로 장관급인 사무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방침을 세웠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을 방패로 수십년간 감시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첫 가시적 개혁 조처가 윤 대통령 대학 동기의 사무총장 임명이라니, 국민들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 않는 선관위의 무신경이 놀랍다. 엄정한 선거관리 책임이 있는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관위가 민주화 이후 사무총장 내부 승진 방침을 고수한 데는, 선관위가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도 작용했다. 다만, 의도와 달리 내부 부패가 심각해진 ‘부작용’ 탓에 외부 인사 개방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정치색에서 자유롭고 중립성 침해 우려를 불식할 만한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자정과 쇄신 노력을 하겠다면서 첫 외부 인사 사무총장에 윤 대통령 대학 동기를 임명한 것은 선관위 스스로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꼴이다.

선관위는 투·개표 실무 관리뿐만 아니라 선거 관련 규제와 감독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인 만큼, 선관위 스스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인사는 제척했어야 옳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개혁을 위해 외부에서 합리적이고 원칙적인 선관위 행정지도를 할 만한 인사를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낯부끄러운 옹호다. 해당 인사가 이 자리에 얼마나 적합하냐는 건 논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선관위 사무총장직을 수행할 사람을 ‘대통령 대학 동기’ 외에는 도무지 찾지 못한다는 말인가.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선관위 장악 전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관위 스스로 위상을 허물어뜨리는 일을 저지르고선, 어떻게 국민들에게 선거관리의 공정함과 엄정함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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