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거품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12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 6월 한달간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5천억원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내리 줄었던 가계대출이 4월 2천억원, 5월 2조8천억원에 이어 석달 연속 증가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6월 증가액은 6조4천억원으로 5월 3조6천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늘어 넉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상대적인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는 가계대출 증가는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 대비 세계 1위이며,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국제금융협회가 집계한 2023년 1분기 자료를 보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로, 조사 대상인 세계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을 넘어선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며, 이는 2017년 이후 5년 이상 가파르게 오른 집값과 관련이 있다. 지나친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를 감소시키고, 이는 내수 위축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부동산에 깔려 있는 돈이 투자와 소비에 쓰일 수 있도록 끌어내야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한 것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집주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 일련의 부동산 떠받치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의 일시적인 폭락은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므로 일정한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장기간에 걸친 폭등으로 잔뜩 끼어 있는 거품을 떠받치려다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늦추면 나중에 더 갑작스러운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주택시장 투기 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집값 떠받치기가 내 집 마련 기회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